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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화차, 火車 누구냐.. 넌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의 모든 것은 가짜.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고 지문도 없다.

 

 

결혼 한달 전, 청첩장을 가지고 문호의 부모님 댁 안동으로 향하던 길, 휴게소에서 여자친구 선영은 사라지고 만다.

의문을 남긴 채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연인을 찾던 문호는,

그녀가 개인 파산을 했던 적이 있으며, 서류상 진짜인 선영과는 전혀 다른 가짜 선영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가 사랑했던 선영의 진짜 이름도, 나이도, 고향도, 아무 것도 모른채 미궁으로 빠지는 문호.

전직 경찰인 사촌형과 함께 그녀를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알게되는 약혼녀의 진짜 실체.

그가 진정으로 알고 싶어했던 사랑하는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스포일러

 

 

 

사채, 개인파산, 신용불량, 개인정보 누출, 무관심한 사회구조까지 모조리 반영하여 담아낸 이 영화.

일본 소설의 원작(미야베 미유키 作)으로 이미 다수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 작품이, 한국의 정서로 다시 태어났다.

현대 사회의 어둠을 미스터리로 그리고 있는 이 이야기는 참으로 공허한 마음을 남긴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결국 불행한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의 삶을 빼앗아 살 수 밖에 없었던 선영.

분명 선영은 잔인한 여자지만, 그녀를 애잔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삶의 고통은 처절하기만 하다.

하지만 결국 비극은 비극을 부를 뿐,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까지 송두리째 앗아간 선영 또한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그렇게 빌린 행복은 파멸을 부르고,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고스란히 잔인한 대가를 치뤄야만 하는 것.

(안타까운 마음에 문호가 그녀를 놓아주었다 할지라도, 결국 그녀에게 남은 건 눈 앞에 놓인 죽음 아니었던가..)

모든 것이 거짓 투성이인 사람을 사랑했고, 또 모두 잃어버린 문호의 삶은 또 어떠한가. 한 순 간에 산산조각이 나버리지 않았나.

 

상상만 해도 끔찍한 현실이다. 타인과의 관계형성에 가장 중요한 믿음과 진실이 모두 거짓이라면.

무섭지만 경계해야 할 현실은 이미 우리 앞에 가까이 다가와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사람도 마음놓고 편견없이 만날 수 없는 세상에 되버리지 않았나. 워낙 무서운 일들이 현실이 되곤 하니까.

슬프고 또 복잡한 마음이 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