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외톨이 소년과 동갑내기 뱀파이어 소녀의 로맨스를 그린 렛미인은,
12개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 욘 린퀴비스트의 [Let the Right One In]을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다.
2008년 스웨덴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2010년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되어 또 한 번 같지만 다른 영화로 탄생됐다.
같지만 다른 분위기의 렛미인을 한 번 들여다 볼까.
스포일러 有
스웨덴의 렛미인은 북유럽 특유의 느린 호흡으로 아름다운 장면과 함께 흩날리는 눈처럼 고요히 스며든다.
소녀처럼 아름다운 소년 오스칼과,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모호한 뱀파이어 이엘리의 감성도 참 서정적이다.
(이엘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지만, 여자가 아니어도 괜찮냐는 대사와
이엘리가 샤워를 하고 옷을 입을 때 잠깐 스쳐 보여지 듯, 여자가 아닌 거세당한 남자아이 일거라는 추측이 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소외된 오스칼과 언제까지일지 모를 외로움을 안고 피를 갈구하는 이엘리가
마지막 기차안에서 나누는 모스부호 puss(스웨덴어, little kiss라는 뜻)는,
그들이 헤쳐나갈 앞으로의 여정이 어떻든 간에, 행복을 빌어주게 되는 긴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렛미인 (2010)
Let Me In





- 감독
- 매트 리브스
- 출연
- 클로이 그레이스 모레츠, 코디 스미스 맥피, 리차드 젠킨스, 카라 부노, 엘리어스 코티스
- 정보
- 로맨스/멜로 | 영국, 미국 | 115 분 | 2010-11-18





리메이크된 미국판은 스웨덴판 보다는 훨씬 친절한 설명을 부가하며 빠르게 전개된다.
이웃의 포지션과 개입된 경찰을 제외하곤 스웨덴판과 같은 스토리를 따르고 있지만,
외톨이인 소년 오웬의 감정이 단조로워 보이고, 예쁘장한 뱀파이어 애비는 좀 더 영악한 여자아이같아 보인다.
뱀파이어가 된 애비의 헐리우드식 액션이 살짝 부담이 되는 장면이 몇몇 등장하고.
영화 초반, 뱀파이어 곁에 머물며 살인을 저지르는 남자는 스웨덴판이 열려있는 상상을 하게끔 유도했다면
미국판은 그도 처음엔 오웬처럼 애비를 사랑하는 소년이었음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쉽게도 여백의 틈을 주지 않았달까.
렛미인의 두 주인공은, 외부로부터 닫혀있는 가장 외로운 존재들끼리의 운명적인 만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작되는 어린 사랑도 자연스러웠을지 모르고.
뱀파이어와 함께 떠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안도일지 행복일지 모를 미소를 짓는다.
그 소년도 처음에 나온 늙은 남자처럼 평생 뱀파이어 곁에서 행복하게 늙어갈지 지쳐갈지는 모르는 일.
그리고 뱀파이어에게 낚일;; 앞으로의 또 다른 소년들의 희생도 계속 반복이 될지는 모를 일이고.
(다만, 그럴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해피엔딩처럼 보이는 결말이 사실은 슬프고 더 안되보였을지도 모른다.)
뱀파이어가 나타나 약한 소년의 삶에 변화를 주었고, 그를 지켜주었듯이
(소년을 괴롭히는 나쁜녀석들이 피의 복수를 당했을 때 나 역시 통쾌했 듯, 소년의 쾌감은 훨씬 더 했겠지.)
그렇게 뱀파이어와 함께 하는 것이 어쩌면 소외됐던 소년에게 찾아 온 최고의 유일한 위로일지도.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양면성을 소년과 뱀파이어가 갖고있는 동일함으로 표현해 낸 잔혹한 슬픈동화같다.
그러나 이 영화가 어린 소년과 소녀의 감성을 그리는 순수한 사랑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순수하게만 바라보기엔, 내가 이미 순수하지 않게 된 어른같아졌기 때문에.
어른 뱀파이어 벨라와 에드워드의 이야기도 막을 내린판에,
뱀파이어 이야기가 그립다면 여기 색다른 아이 뱀파이어 이야기를 비교해보며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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