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자들의 도시 (2008)
Blindness





- 감독
-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 출연
-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대니 글로버, 알리스 브라가
- 정보
- 미스터리, 스릴러 | 캐나다, 브라질, 일본 | 120 분 | 2008-11-20
"가장 두려운 건, 오직 나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일상, 차도 한 가운데 차를 멈춘 한 남자는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를 집에 데려다 준 남자도, 그를 간호하던 아내도, 남자가 치료받기 위해 들른 병원의 환자도, 그를 치료한 안과 의사도.
원인도 모른 채 시야가 흐려져 하나 둘씩 눈이 멀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렇게 정체불명의 이상현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무능력해진 정부는 그들을 한 장소에 모아 격리수용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남편을 지키기 위해, 그들 속에 들어가 그들처럼 행동해야 하는 한 여인.
그 안에서 오직 한 사람, 그녀만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처음 보고서 극장을 나설 대의 느낌은 무서움 그 자체였다.
공포감에 휩싸인 그런 무서운 감정이라기 보다, 상상도 하기싫은 현실을 마주한 막연한 느낌이었달까.
답답한 곳에서 벗어나, 맑은 산소를 들이킬 때의 그 시원한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
어찌보면 평등하게 시력을 잃은 그들이 극한의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찬 상태에 이른 그 상황에서,
한 없이 추락하여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인간의 본능의 이면을 지켜봐야 하는 불편한 또는 불쾌감도 있었으리라.
공포와 절망이 가득한 혼란 속에서, 어떠한 상황이건 어느 집단에서건 권력과 폭력은 생기기 마련이고.
이성을 벗어난 욕망과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는 것은, 눈을 감으나 뜨나 우리의 현실도 크게 다를 바는 없으니_
지독하게 어둠의 나락으로 끌고가는 스토리는 차치하고.
모두에게 찾아오는 불행이 내게만 비켜가는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한 그녀(줄리안 무어)가,
원인불명으로 시작된 눈이 멀게되는 현상과는 견줄 수 없는 또 다른 고통과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참으로 끔찍했다.
결국엔 그녀로 인해 희망을 보게 되지만, 혼란 속에서 동떨어진 이성의 끈을 잡아야 했던 그녀는 어땠을까.
차라리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을 추슬러야 하다니. 잔인하다.
인간에게 가장 가혹한 대상은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오래전 봤던 과감한 상상력이 담긴 이 영화 속 줄리안 무어가 떠올랐던 요즘의 나의 일상.
믿을만한 사람도 없고, 쉽게 말을 할 수도 없고, 고립되어 있는 것도 같고, 완전히 동떨어져버린 것도 같고.
눈을 뜨고 있지만 멀어버린 것과 다름없어 보이는 지금의 세상도, 긍정의 희망은 남아있겠지.
그렇다면 나는 이제 무엇을 향해 눈을 감고, 무엇을 눈에 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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