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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피에타 Pieta,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 (2012)

Pieta 
8.8
감독
김기덕
출연
조민수, 이정진, 우기홍, 강은진, 조재룡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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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 이단아, 비주류, 마이너라는 수식어를 달고있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69회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여_

그리고 그는 이제 천재 감독, 최곡의 감독, 한국 영화계의 영웅으로 순식간에 탈바꿈 되었다.

영화는 영화다 등, 예술가에게 있어 창작이란 가장 큰 프라이드를 훔쳐간 사건으로 한동안 작품활동을 하지않았던 그가

세상에 들고온 작품 피에타_ 그리고 보란듯이 세계의 명망있는 영화제에서 당당히 최고상을 거머쥐고 만다.

 

베니스 이전에 오랜만의 작품 소식을 듣고서, 예고 만으로 흡입하는 그의 작품을 보러갈까 말까 망설이게 했던 건

그의 전작들에서 새겨졌던 어느정도의 불편함이 작용한 건 사실이다.(이래서 사람은 각인이 참 무서운거;;)

그래도 세계가 인정한 이 작품,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피에타를 만나고 왔다.

 

Pieta - 이탈리아어,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

          미켈란 젤로 고흐 등 세계의 예술가들에 의해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있느 성모마리아의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한다.

 

 

스포일러 有

 

 

빌려간 돈의 10배의 이자를 갚지 못하면 보험 각서를 볼모로 불구를 만들어서까지 돈을 뜯어내고야 마는 잔인한 남자 이강도.

어느 날, 홀홀단신 삼십여생을 살아낸 강도에게 엄마라는 여자가 찾아와 용서를 구한다.

버려서 미안하다고, 내가 엄마라고, 그렇게 막무가내로 그를 찾아온 엄마에게 태어나 처음으로 정을 느끼는 강도.

이제는 엄마가 없으면 못 살것 같은 강도에게서 엄마는 사라지고, 엄마를 찾아나서기 시작하는 그..

 

 

청계천이 복원되기 전, 삶의 터전을 지켜 살아내는 사회의 작은 구성원들은 힘겹기만 하고, 그들을 위협하는 강도 또한 강자는 아니지만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살아내야 하는 그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강도는 악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내가 보든, 어머니가 보든, 가족이 누가 있든 말든 강도는 개의치 않고 원하는 것을 가진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그리고 짐승처럼 먹는 것으로 감정을 드러낸다. 그의 곁에는 그가 지켜야 할 것, 소중한 것, 사람들 마저 아무도 없기 때문일까.

그런 그에게 엄마라는 여자가 찾아와, 그를 보살피기 시작하는데.

의심하고 화내고 윽박지르지만 결국 그도 관심이 필요한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정에 굶주리고 사람에 굶주려 있는 그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생각 그 이상으로 그를 감싸주고 있다.

그런 엄마를 만나 점점 변해가는 그, 가족을 생각하는 젊은이에게 아량을 베풀기도 하며,

오랜 일터를 지켰으나 자본주의에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사람들에게서 안타까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곧 그에게서 엄마라는 여자가 사라진다. 엄마가 채워놓고 간 빈자리는 강도에게 처음 아무것도 없을 때보다 더 크나큰 절망을

안겨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강도로 인해 목숨을 잃은 진짜 아들의 복수를 위해 엄마를 자처한 여자가 원했던 진정한 계획.

강도는 이제 소중한게 무엇인지 느끼고, 슬픔이 무엇이며, 상실감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깨닫게 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일반적인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사실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의 나열은 숨이 턱 막히게 하기도 하고,

먹먹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강도가 엄마를 찾아다니며, 아이같은 모습으로 변모할대면 측은지심마저 들게하니 말이다.

이것이 아마 엄마가 복수를 완성하기 전, 강도에게도 연민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였지 않을까.

용서를 구하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울고불고 비는 강도를 보는 그 순간 엄마는 이미 용서와 자비를 베풀었을지 모른다.

엄마의 사랑을 받고싶은 강도 역시, 여자가 죽은 아들에게 짜 주었던 스웨터를 벗겨입고 마지막으로나마 온기를 느꼈을지 모르고.

그리고 그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피해자들에게 스스로를 희생함으로써 그의 삶을 구원 받고 싶었을지 모른다.

나쁘다. 그리고 잔인하다. 벌을 받아 마땅하지. 하지만 불쌍하다. 결국 강도는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의 일종이었을테니까.

 

새벽도로 핏빛으로 물들이던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우리도 자본 앞에선 한낱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지 않는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