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네마천국

설국열차 Snowpiercer, 인간은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었나?

 


설국열차 (2013)

Snowpiercer 
7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정보
SF, 액션, 드라마 | 한국, 미국, 프랑스 | 126 분 | 2013-08-01
글쓴이 평점  

 

 

 

스포일러 有

 

지구 온난화로 세계정상은 CW7은 살포하여 환경문제가 해결되기를 원했으나, 세상은 오히려 새로운 빙하기에 접어든다.

그리고 세계의 궤도를 도는 유일한 기차 하나만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태운 인류 마지막 생존지역이 되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가득찬 꼬리칸, 그리고 호화로운 삶을 지속하고 있는 앞쪽칸으로 철저히 계급이 나뉜 세상의 축소판 설국열차.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17년째, 꼬리칸의 젊은 혁명가와도 같은 커티스는 폭동을 일으켜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할 계획을 세우고,

기차의 절대권력 윌포드가 있는 맨 앞칸으로 가기위해 기차의 보안설계자 남궁민수를 합류시켜 한 칸 한 칸 나아간다.

꼬리칸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앞칸의 신세계를 지나,

수 많은 희생 끝에 도달한 기차의 맨 앞칸에서 커티스를 기다리고 있는 윌포드와 마침내 대면하게 되는데.. 

 

 

열차광 윌포드에 의해 탄생된 인류 마지막 열차는 1년에 한 번, 전 지구를 순환하며 달리는 노아의 방주와도 같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 속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을 막기위해서 모든 칸의 인구수를 철저히 조절해야만 하는데,

무엇으로 만들었을지 모를 단백질 블럭을 먹으며, 하루하루 앞쪽칸의 엔진을 차지할 계획을 세우는 꼬리칸 사람들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현실 속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세상이 얼어붙고 또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마지막 생존지역에서 조차 계급이 존재하고, 차별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서글프지 않는가. 세상의 멸망 앞에서도 있는자들만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윌포드에게 충성하는 메이슨 총리는, 그런 꼬리칸 사람들에게 서로가 지켜야 할 자리에 대해 단호하고 극단적으로 세뇌시킨다.

애초에 급이 다르다는 인류 마지막 생존자들은, 그렇게 폐쇄된 공간 안에서 오직 생존의 가치를 부여해 주는 윌포드를 향한

맹목적인 찬양심으로 얼어붙은 바깥세상을 등지고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윌포드의 생존기차에 겨우 얻어탈 수 있었던 꼬리칸 사람들은 혼돈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춥고 배고프고 급기야 서로를 잡아먹기까지 해야했던 그 고통의 시간에 앞선던 인물이 바로 커티스였고,

자신의 팔을 스스로 내어주며 아이를 살렸던 길리엄은 꼬리칸 사람들의 정신적인 지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그런 꼬리칸 사람들을 위해 수 년동안 있었던 기차내의 폭동 또는 탈출을 시도했던 7인의 반란같은 사건과는 달리,

완벽한 계획과 준비로 앞쪽칸의 엔진을 정복하기 위해 커티스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그 고통을 겪고 맨 앞칸에서 마주한 윌포드의 이야기는 커티스의 멘탈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지;;

윌포드의 절친 꼬리칸 지도자 길리엄은 기차의 순환과 유지를 위해, 적당한 때에 적당한 폭동으로 인구수를 조절해왔다는 것.

그리고 나이가 든 윌포드를 대신한 새로운 지도자가 기차에는 필요했고, 처음으로 앞쪽칸까지 모두 와 본 커티스가 지목됐다.

(하지만 길리엄은 일찍이 커티스에게 얘기했었다, 윌포드를 만나면 그가 말을 하기전에 처단하라고.

뭐라 말을 할라치면 혀를 잘라서라도 그의 말을 듣지 말라고. 길리엄은 커티스에게 진실을 알게하는 것이 두려웠을까.

아니면, 윌포드의 권력이 커티스에게 무슨 이야기를 꾸밀지 모르니 신념을 지켜주고 싶었던걸까. 누구의 말이 사실이었을까.)

 

 

자, 이제 기차의 모든 비밀과 체계는 밝혀졌고 커티스의 선택만이 남았다. 허무해야 하다고 할까, 억울하다고 해야 할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엔진의 중심에 선 그 순간 커티스는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생존자들을 위한 체계는 필요악이고 윌포드의 뒤를 이어 인류 마지막 생존자들을 위해 기차를 계속 달리게 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바깥을 주시하고 있던 남궁민수의 희망적인 말과 함께 힘없는 아이들의 노동착취를 끝내고 기차 밖을 택할 것인가.

 

 

영화가 재미없다 재미있다, 실망이다, 어렵다, 송강호 비중이 적다, 외국영화다, 끝이 허무하다, 기대이하다 라는 평들은

그다지 중요한게 아니다. 그건 그냥 다양한 사람들의 말이고 영화는 어차피 주관적인 거니까. 생각은 자유아니겠나.

간혹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혼자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감독들도 있지만 그건 내 취향이 아니고,

아무 생각없는 킬링타임용 영화도 좋을 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이런 이야기가 참 좋다.

사실 생각이 많이 들게하는 이야기들은 리뷰를 쓰기가 참 힘이든다. 오래걸리기도 하고 쉽게 정의내릴 수 없기도 하지만

그런 점에서 봉감독님의 영화는 정석이라고 할 수 있지ㅋ

다국적영화처럼 다양한 배우들의 섞임도, 인류최후의 열차에서 만날 수 있었던 최상의 조합 아니었던가.

철갑으로 둘러쌓인 기차 안에서 영원히 살아야 할 것 같았던 칠흙같던 시간들도,

많고 많은 인종 중 아시아인과 흑인이 내딛는 발걸음으로 하얀 북극곰처럼 희망을 내다볼 수 있지 않았던가.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와 해석이 많이 나올수록,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백미는 연양갱에 있을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