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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고백 Confessions,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충격과 복수

 


고백 (2011)

Confessions 
8.4
감독
나카시마 테츠야
출연
마츠 다카코, 니시 유키토, 후지와라 카오루, 오카다 마사키, 키무라 요시노
정보
스릴러, 드라마 | 일본 | 106 분 | 201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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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딸 마나미를 잃은 여교사 유코가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날 그만 둔다는 사실과 함께,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 교실 안에 있다는 사실을 건조하고 담담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사로 결론을 내렸고, 청소년 법에 의해 미성년자인 그들이 보호받을테니 결론을 뒤집을 생각은 없다는 것.

그리고 생명의 존엄함을 일깨우게 할 그녀만의 차가운 복수가 시작된다.

 

스포일러 有

 

 

 

 

특유의 차가움과 건조함이 묻어나는 일본영화의 영상미가 가득했던 소름끼치는 이 고백은, 섬뜩하지만 슬픈 이야기다.

동명의 베스트셀러인 신인 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13살 중학생들이 저지른 장난스러운 살인으로 인해 딸을 잃은 여교사의 치밀한 복수를 그린다.

"불량공주 모모코"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만들었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욱 기대를 높인 작품.

그의 독창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이 다시 한 번 멋지게 발휘되었고,

일본영화에 자신의 곡을 처음으로 제공한 라디오 헤드Last Flowers는 눈과 귀를 사로잡을만큼 매력적인 음악이었다.

 

사실 일본영화를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 기대치가 없었던 게 사실인데 이건 뭐 스산한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당해 버렸다.

종업식 날 생각없이 떠들고 그렇게 산만하던 학생들이,

내 딸을 죽인 사람이 우리 반에 있다는 유코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흐르던 숨막히던 정적처럼.

살인이라는 것, 더군다나 미성년자의 살인. 그리고 내가 가르치던 학생이 저지른 말도 안되는 무서운 짓.

유코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덤덤하고 흔들림도 없는데 차분하기까지 해서, 더 아무렇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딸 마나미의 아빠가 HIV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고, 결혼을 하지 않은 채 혼자서 키운 딸은 그래서 더 애틋하고 사랑하는 존재.

어렸을 때 떠난 엄마에게 관심받고 싶은 A가 극단적으로 선택한 살인, 주목받기 위해 발명한 도구 전자지갑.

그리고 바보같은 B를 치밀하게 이용하려 했지만 상황은 예상치 못하나 방향으로 흐른다.

마나미를 죽이고 싶었지만 죽이지 못했던 A, 마나미를 죽일 생각이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마나미를 죽이게 된 B.

이 두 사람이 마셨던 우유에, 마나미 아빠의 피를 섞었다고 고백을 하는 유코의 복수는 시작됐다.

봄 방학이 끝나고, 아무렇지 않게 학교에 나오는 A와 무서운 고통의 벌을 온 몸과 정신으로 받아 집에서 미쳐가는 B.

그리고 파이팅 넘치는 새로운 선생님의 긍정 속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과장스럽게 행동하는 37명의 학생들.

하지만 유코의 복수는 치밀하고 철저했다.

점점 파멸하고 마는 B, 거만하고 오만한 A가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겪게되는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소리.

유코가 A에게 전하는 마지막 대사는, 뭐랄까- 잔인하지만 어딘지모르게 통쾌한 복수랄까.

 

"이것이 제 복수 입니다, 진짜 지옥. 이제부터 당신의 갱생의 첫걸음이 시작된 겁니다. 라나 뭐라나.."

 

 

 

 

 

학생을 상대로 선생님이 복수를 한다는 소재 자체가 충격적이었지만,

약육강식의 잔인함과 청소년 범죄와 청소년법에 화두를 던졌던 무서운 고백.

물론 현재 일본의 청소년들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를 불문하고 급증하는 청소년 범죄문제를 심도있게 짚어봐야 할 것이다.

생명의 명제를 가진 어렵고 무거운 주제를 비틀지 않고 내보인 연출력에 감탄을 보낸다.

일본의 색채가 뚜렷했던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 하지만 죄책감 없는 뼈저린 복수.

 

원작 소설에는, 영화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인물들의 동기가 잘 설명되어 있다고 하니 책으로 찾아봐도 좋을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