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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

지구를 지켜라!, 결코 가볍지 않은 보기드문 수작

 


지구를 지켜라! (2003)

Save the Green Planet! 
9.2
감독
장준환
출연
신하균, 백윤식, 황정민, 이재용, 이주현
정보
코미디 | 한국 | 117 분 | 200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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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대한민국 청년, 병구가 지킨다.

 

이번에 찾아오는 개기 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가 위험에 처할거라고 믿는 결코 정상같아 보이지 않는 캐릭터 병구.

병구는 외계인의 별, 안드로메다와 소통하는 외계인이 확실하다고 믿는 유제화학 강만식사장을 납치하기에 이른다.

병구는 이제, 순이와 함께 외계인에게서 지구를 구하기 위한 온갖 방법을 총 동원하는데 과연 병구는 지구를 구해낼 수 있을까..

 

 

밝아 보이는 메인 포스터에, 익살스러워 보이는 신하균, 명랑코미디와도 같아 보이는 이 영화는 사실 예측불허다.

그저 지구를 지키는 병구의 재밌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라는 것.

가벼운 코미디로 생각하고 영화를 찾았다가는 뒤통수를 맞게되니;; 그렇듯 이 영화는 보기좋게 망했었다.

영화가 내리고 입소문으로 찾아 본 사람이 더 많았을 정도니, 형편없이 흥행에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대학시절 과제 때문에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그저 그런 영화로 잊혀졌을 그렇고 그랬을 이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지구를 지키는 그 의미 이상이 담긴 이야기다.

 

스포일러 有

 

 

 

 

이미 외계인 이야기는 많은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어왔지만,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2003년)엔 너무 앞서나갔던 것은 아니었을까.

지구를 지키려 애 쓰는 정상은 아닌 것 같은 청년 병구가, 안드로메다 왕자와 텔레파시로 소통하고 있는 외계인일거라고

강하게 믿고있는 인물 강사장의 정체를 밝혀내고 지구의 멸망을 막으려는 병구의 사투를 그리는 이야기.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이 이야기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들처럼 진지하거나 위협적이거나 논리적이려 하지 않는다.

다만, 너무 착해서 바보같고 미친것 같은 병구의 이면에 감춰진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가 불쑥 생각을 던져 마음을 어지럽힌다.

 

어렸을 적 목격한 광부 아버지의 죽음, 학창시절의 왕따, 좋아했던 여자의 죽음과,

파렴치한 강사장의 공장에서 일하다 중금속 중독이 된 어머니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만큼 무력했던 병구의 삶은 그가 복용하는 환각제와 더불어 망상으로 이어져왔을지 모른다.

그 망상으로 인해 빚어진 대상은, 피해의식의 원인에 있는 강만식 사장을 향한 것이 당연할 수 밖에.

가장 아름다운 별 지구에 사는 인간들_ 강사장의 납치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와, 병구를 돕는 순이,

병구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는 진한 풍자는 이 영화가 가진 페이소스의 매력이다.

각종 비자금과 스캔들, 정치권과 함께 썩을대로 썩은 강사장과 무기력한 병구의 대립은 사실상 허무할 수 밖에 없는 결론에 이른다.

진실을 증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병구가 강사장의 실체를 밝히려 애쓰는 모습은 혼자라서 더 애처롭기까지 하다.

병구가 확신하는 강사장은 정말 외계인일까, 병구는 완전히 미쳐서 저러는 걸까?

점점 SF스릴러로 흐르는 영화는, 다행스러워 보이게도 사회의 약자인 병구의 손을 들어주지만.

정말 안드로메다 왕자였던 외계인 강사장, 그리고 경찰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병구, 끝내는 지켜지지 못하고 파괴되는 지구까지.

참으로 극단적인 결말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어 버렸다.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끝이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지구와 함께 폭발해버렸다고 할까.

오래된 티비에서 나오는 병구의 추억이 둥둥 떠다니는 엔딩 크레딧을 멍하게 봐야 할 만큼 말이다.

 

외계인을 빌려 지구 이야기를 하고 있는 블랙코미디와도 같은 이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보기드문 수작임이 분명하다.